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있는 미생물의 놀라운 활약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미생물은 우리 삶 곳곳에서 놀라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식품 생산부터 의약품 개발, 세제 생산, 환경 정화에 이르기까지, 미생물이 없다면 우리의 생활은 지금과는 매우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 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미생물의 다양한 활용 사례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미생물이 선사하는 특별한 맛, 감칠맛

 

맛은 인간이 음식을 즐기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단맛, 쓴맛, 신맛, 짠맛의 네 가지 기본 맛에 더해진 다섯 번째 맛, 바로 '감칠맛'은 1908년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그는 다시마 육수의 맛 성분이 글루탐산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감칠맛(Umami)'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우마미'라는 용어는 국제적으로도 통용될 만큼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연구를 통해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의 감칠맛 성분은 이노신산, 말린 표고버섯의 감칠맛 성분은 구아닐산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감칠맛 조미료는 식품첨가물 표시법에 따라 글루탐산나트륨은 '조미료(아미노산)', 이노신산나트륨과 구아닐산나트륨은 '조미료(핵산)'으로 표기됩니다. 여러 종류의 조미료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는 '조미료(아미노산 등)'으로 간략하게 표기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아미노산이 풍부한 밀 단백질을 원료로 글루탐산나트륨을 생산했지만, 현재는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 방식을 통해 생산합니다.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하고 남은 당밀을 원료로 하여, 특정 미생물(글루탐산 생산균)을 이용해 아미노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 정제, 중화, 농축, 결정, 건조 등의 단계를 거쳐 최종 제품이 생산됩니다. 이노신산나트륨과 구아닐산나트륨 역시 과거에는 효모 핵산을 이용하여 대량 생산되었지만, 현재는 글루탐산나트륨과 마찬가지로 당밀을 원료로 하는 발효 방식을 통해 생산됩니다. 이처럼 미생물을 활용한 발효 기술은 감칠맛 조미료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여, 우리 식탁에 풍성한 맛을 더해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 미생물이 만든 기적의 치료제, 이버멕틴

 

미생물은 의약품 개발에도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노벨상을 수상한 치료제, 이버멕틴입니다. 일본 기타사토 연구소의 오무라 사토시는 오랜 기간 동안 토양 속 미생물을 분리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1979년, 그는 시즈오카현 이토시 가와나의 토양에서 채취한 방선균(토양과 식물 등에서 발견되는 세균의 일종)이 아버멕틴(avermectin)이라는 천연 물질을 생성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아버멕틴에서 파생된 약물이 바로 이버멕틴입니다.

 

이버멕틴은 원래 가축이나 반려동물의 필라리아라는 선충 예방에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특히 회선사상충증이라는 기생충 감염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회선사상충증은 흑파리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과정에서 감염되는 질병으로, 심한 경우 실명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버멕틴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2억 명 이상의 사람들을 회선사상충증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버멕틴은 림프계 필라리아증(상피병)과 분선충증과 같은 질병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오무라 사토시는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최근에는 호주 연구팀에서 이버멕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는 아직 실험실 내 연구 결과이므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미생물에서 추출한 물질은 다양한 질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앞으로도 미지의 미생물로부터 새로운 의약품이 개발될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3. 미생물 효소를 활용한 혁신적인 세제 개발

 

미생물은 세제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987년, 일본의 생활용품 제조 기업인 가오는 '어택(Attack)'이라는 효소 함유 소형 농축 세제를 출시하여 세제 시장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당시 세탁에는 많은 양의 세제가 필요했지만, 어택은 적은 양으로도 뛰어난 세척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는 소형 농축화 기술과 알칼리성 환경에서도 작용하는 알칼리 셀룰라아제라는 효소를 첨가한 덕분이었습니다.

 

과거 세제에는 인 성분이 함유되어 있었지만,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인 성분이 없는 세제가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인 성분이 빠진 세제는 세척력이 약해지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는 데 효소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가오의 연구진은 다양한 효소와 물질을 세제와 함께 세탁기에 넣어 세척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연구했고, 그 결과 알칼리 셀룰라아제를 첨가했을 때 오염 물질이 효과적으로 제거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효소가 함유된 소형 농축 세제가 탄생하게 되었고, 이는 세탁 방식과 생활 습관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4. 환경 정화의 핵심, 하수 처리 미생물

 

미생물은 우리 생활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처리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정, 공장, 사무실 등에서 배출되는 하수는 하수처리장으로 모아져 정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많은 하수처리장에서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활성 오니법입니다. 이 방법은 미생물을 이용하여 하수 속의 유기물을 분해하는 방식입니다.

 

사람이 음식물과 산소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이산화탄소와 물을 배출하는 것처럼, 미생물 역시 하수 속의 유기물과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얻고 이산화탄소와 물을 생성합니다. 이러한 미생물의 분해 작용을 통해 하수는 정화되고, 처리된 물은 2차 침전조를 거쳐 살균 과정을 거친 후 강이나 바다로 방류됩니다. 활성 오니법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효율적인 하수 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환경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5. 미지의 미생물과 미래의 가능성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미생물은 식품, 의약품, 세제,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진균류는 약 10만 종에 불과하며, 지구상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미지의 미생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러한 미지의 미생물들을 탐색하고 연구하며, 새로운 의약품, 건강식품, 환경 정화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생물 연구가 더욱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상상 이상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미생물은 작지만 위대한 존재이며,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